샐러리맨 - 늦은 귀가 날기

 

 

샐러리맨-늦은 귀가

 

 

겨울도 마져 가지 못하고

봄도 미쳐 도착 못한 계절

늦은 퇴근 길,

마른 바람은

채 떠나지 못한

죽음 같은 낙엽을 끌며

발목부터 타고 오른다

 

오랫동안 세월을 밀고 온

헤진 구두 코에 찬 달이 부서질 때

다다른 지붕 낮은 집 앞

 

툭 툭 --

삶과 바꾼 허위를 털며

삐이걱 --

문 열리면,

자전거 바퀴살 같은  

알 전구 빛 쪼가리들이 온몸으로 박힌다

 

그제서야 방금 깨어난 듯

일어서는 아이들

투다닥,

안겨오는 새순들,

 

생활과 바꾼 허위가

진실이 되는
찬란한 순간.

 

  

 

2010.2.18 이동현


자본의 촉촉한 햇살 아래에서 날기

 

 

 

자본의 촉촉한 햇살 아래에서

 

 

허겁지겁 사라진 태양의 빈자리를
산허리를 타고 돌아들어가는 사람의 집
틈으로 새나오는 불빛에 메꾸어지는 시간


밤은 검은 제복을 입은 어둠을 동원해
빠르게 산들부터 점령해갔다. 미처
리움 접지 못한 하늘만 태양이 남긴 자취를 붙들고
저 멀리부터 그리움에 검붉게 변해갔다.
순식간에 하늘도 온통 검어지리라


이렇게 다시 반복되는 하루 끝자락
사람들 저마다 문 앞에 한 짐을 내려 놓고
잠으로 빨려 들어갈 게다
내일이 오늘과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고된 노동으로
찰나의 순간, 삶과 죽음의 외줄 위에서
서슬 퍼런 새벽을 기다리는
목숨 쪼가리, 곪은 몸뚱이
차마 스스로 생을 거둘 뻔뻔함 없는
쪽방 어르신 누워 뒤척이는 것이 고통 스럽고
억울하고 분통터져 잠이 쉽지 못해
불 타 죽은 시신을 부여 틀어쥐고
떠나는 혼 가지 말라고
희망은 영원한 배신자라고 일찍 겪은 누구는
굵은 전선줄이 만든 원형의 공간에 목을 걸고
 

이 모든 죄가 당당한 것이
희망 때문임을 알게 된 순간,
절망으로 살아간다.
절망만이 유일한 정직이기 때문이며
절망만이 누구에게도 빼앗기거나
강탈당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소유이기 때문에

 

2010.9.9 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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